In Real Life/Daily

랭지의 반지하 원룸 자취기#1 맘에드는 방 찾기 프로젝트

고든랭지 2018. 9. 2. 15:21


복학하면서 구했던 2층 원룸의 계약기간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벌써 2년이나 지난것이다. 무슨 마음에서 그랬는 지는 모르겠지만 문득 큰집에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사는 집에서 느꼈던 불편한 점들을 다음집에서는 느끼지 않는 집을 찾는 것이 목표였다.

그 중에서 제일 중요시 여긴 사항 두가지가 있다면 바로 크기와 방음.

2층 원룸 방도 제법 큰편이었는데 아마 7평 정도, 새로운 집에선 나만의 셀프 인테리어 갬성을 실현하고 싶었다. 

2018/05/23 - [In Real Life/DIY] - 마사끈과 엽서를 사용하여 밋밋한 벽을 꾸며봤습니다.

그나마 내 방에서 꾸밀 수 있는 공간이 겨우 벽 밖에 없었으니.

그리고 이 집은 방음이 너무 안됐다. 밤엔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코고는 소리도 들릴정도. 그도 그럴 것이 벽을 쳐보면 아주 장구마냥 통통 소리가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벽지도 저 장구 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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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시작된 원하는 방 찾기 프로젝트.

핸드폰으론 다방, 직방, 피터팬을 설치해서 방을 찾아보고 노트북으론 각종 부동산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친구가 살고있는 관악구 쪽으로 먼저 찾아보았는데 매물은 제법 많이 있었다. 사진으로 보는 방은 거의 사기라는 걸 2년전 방을 구하면서 깨달았기에 부동산에 직접 찾아가서 직접 방을 알아보기로 하였다. 

실제로가서 본 방은 역시나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작았다. 그리고 방의 크기는 커봐야 5평 남짓. 

풀옵션 원룸들은 전부다 크기가 거기서 거기였다. 

계약 만료일은 8월말, 내가 방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날은 7월 중순이었는데 이사 날이 한달이 넘게 남아서 그런지 여러 부동산을 찾아다녀봐도 다들 비협조적이었다. 어떤 부동산들은 아예 다음달 초에 오라고 하는 곳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앱엔 허위 매물이 너무나 많아서 김빠지는 일도 많이 있었다. 

기억나는 허위 매물은 신림동 외곽이었는데 방의 크기가 거의 12평 정도 돼보였다. 비록 1층이었지만 같은 가격대에선 절대 못구할 방이라고 생각해서 부동산에 방을 보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

부동산 '아직 세입자가 살고 있어서 언제가 괜찮은지 물어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랭지 '네,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랭지 '평일이라 좀 시간이 걸리겠지?'

'일단 매물 즐겨찾기를 해놓고 좀 더 기다려 볼까'

랭지 '세입자가 많이 바쁜가보다 야근이라도 하나보네. 내일 연락해봐야겠다'

랭지 ' 아 어제 연락드렸는데 세입자분에게 연락하시고 다시 저한테 연락주신다 하셨는데 연락이 없어서요 ㅎㅎ'

부동산 ' 아 다시 확인해드릴게요 ㅎㅎ'

그리고 나선 앱에서본 즐겨찾기 목록들을 인터넷에서 다시 살펴보는데 갑자기 한 매물이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 창을 엄청 많이 띄워놔서 해당 매물의 창이 아직 남아있었는데, 새로 사이트를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매물이 사라졌다. 그래서 새로 검색을 해보니 매물 내용은 그대로인데 사진과 월세와 보증금이 바뀌었더라. 부동산에선 역시 연락을 해주지도 않았고 다시 연락해도 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신고를 하고 다방에 들어가 다시 검색해보니 똑같은 매물이 새로 등록되어 있었다. 

너무 열받고 어이없어서 다방에서 허위매물 신고를 해버렸다. 심지어 부동산 이름도 다른데 전화번호는 같더라. 

이렇게 허위 매물에 당하기도 하고 다른 부동산에선 @#동 전세 원룸 보려고한다고 하니까 아예 대놓고 그건 홍보용 매물이라고 하는 곳도 있었다. 몇 일동안 이런 일 계속 겪고 나니 진절머리가 나버렸다. 

처음엔 신림역, 서울대입구역을 위주로 찾아봤다. 벽에서 장구소리는 안나는 방은 많았지만 방이 너무 작았다. 점차 큰방을 찾다보니 결국 가산디지털단지까지 와버렸다. 

그래도 신림에 비해서 시설도 더 좋고 가격은 비슷한데 방은 조금 더 커서 처음엔 이 동네에서 방을 구해야겠다고 다짐하고 한 3일 정도 발품을 팔았다. 그러나 한 동네에서 여러 부동산을 가다보니 점차 겹치는 매물도 보이기 시작했고, 제일 방이 좋아보이는 곳도 썩 그렇게 맘에 들진 않았다. 그리고 같이 방을 봐주던 부동산 아저씨도 다음달 초에 다시보는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해주셨고, 원하는 조건을 말해주면 8월 초에 오면 맞는 방을 찾아드린다는 말에 원하는 조건을 말하고 1차 방 찾기 프로젝트를 종료했다. 다음 방찾기는 가족휴가를 다녀온 후 8월 초에 다시 하기로 하고 휴가를 즐기러 떠났다.

+

다방 앱에 신고한 후 몇일 뒤 허위 매물 근절을 도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베스킨라빈스 싱글킹 기프티콘을 받았다. 착하게 살면 아이스크림을 주는 좋은 교훈(?)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