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Real Life/Daily

랭지의 반지하 원룸 자취기#6 아직 시작한 것도 아니다

고든랭지 2018. 9. 6. 18:33

개판이었던 방을 그나마 사람사는 방처럼 정리한 뒤, 해야할 일들을 정리해 보았다.


1. 알바 구하기

2.인터넷 설치하기

3. 세탁기 구매하기

4. 책상, 의자 사기

간단하게 4개 정도지만 드는 비용은 안 간단하다.


 -알바 구하기-


제일 돈이 안드는 일이었다.

취업 준비 겸 돈을 벌고 싶어서 알바를 찾아보니, 동네 특성상 독서실이 상당히 많았다.

총무일을 한다면 공부도 하고 돈도 벌고 1석 2조의 효과라 생각이 들어 이사오기 전부터 새집 근처의 독서실에 다 지원을 해놓은 상태.

야간 마감 총무 자리가 있는 독서실에서 이사를 끝마치고 다가오는 월요일 날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였다.


오랜만에 렌즈도 끼고 흰색 셔츠도 꺼내 입었다.

부지런함 모습을 어필하기 위해 약속 시간보다 20분더 일찍 도착하였다.

독서실인지라 조용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면접을 치뤘다.

분위기는 화기애애, 면접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마치 합격할 것처럼.

그러나 늘 좋은 기분은 반대로 간다.


빠르면 2일 후에 연락을 주겠다는 독서실에서는 정확히 2일이 지난 밤에 다른 분에게 

알바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문자가 왔다.

두손 가득 짐이 있는 상태에서 겨우겨우 본 메세지가 알바 탈락 문자라니.

난 역시 안될놈이구나 하면서 집에와 다시 알바몬을 켜서 근처 알바를 찾아보았다.

근처 스크린야구장 알바. 시간대도 나쁘지 않아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

바로 다음날 면접을 보러 오라는 사장님.

이번엔 큰 기대를 걸지 않고 대충 입고 안경쓰고 면접을 보러갔다.


집에 돌아와 알바 후기를 찾아보니 엄청난 개꿀이라는 후기를 보고

안될놈에서 될놈으로 탈바꿈하였다.

사실 지금 이 글도 알바 중에 쓰는 중.

물론 할 일은 다 해놓고 하는 중이다. 사장님께도 허락받았고.


-인터넷 설치하기-

사실 핸드폰 요금제가 무제한이라 그냥 테더링으로 노트북하고 살 생각이었으나

반지하라 그런지 데이터도 자꾸 끊키는 현상이 발생하여

인터넷을 알아보게 되었다.


가격과 사은품등을 고려하다가 그냥 싸게싸게 가자로 결정.

메이저 통신사를 포기하고 cj헬로 인터넷을 설치하게 되었다.

티비와 인터넷 결합상품이 상당히 저렴했지만 아직 모니터가 없어서 

가장 저렴한 인터넷으로 설치!

월요일 오전에 상담원과 통화 후 오후에 바로 설치해서 사용했다.

인터넷이 있으니 비로소 문명인이 된 듯한 느낌.


근데 싼게 비지떡이라 했는지 불편함은 제법있는 것 같다. 

조금만 인터넷으로 멀티를 하면 바로 느껴지는 속도차이.

나중에 티비를 사게 되면 결합해서 인터넷을 바꿔야겠다.


-세탁기 구매하기-

세탁기도 사실 전 세입자분에게 구매하고 싶었지만 판매하지 않고 가져가셨다.

그래서 중고 세탁기를 찾아봤더니 드럼은 기본 20만원정도.

통돌이는 15만원선이면 충분히 구매를 할 수 있었는데

이게 사진을 보면 사기 싫어진다. 뭔가 내가 이상한건지.

주말 내내 곰팡이와 사투를 벌이며 잠시 공원에 산책하러 나왔을 때의 일이다.


심심해서 가져온 벼룩시장을 찾아 보던 도중 중고 세탁기를 판다는 

광고를 보고 바로 문자로 가격을 물어보았다.

그러더니 바로 전화가 오는 판매업자.

가격만 알고 싶었는데 너무 적극적인 모습에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가격을 알아보기로 하였다.


랭지 '여보세요'


판매자 ' 어떤거 사실 생각인데요?'


생각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랭지 '아 중고 세탁기요 드럼으로 9키로짜리'


판매자 '오늘 물건이 있는데요. 12만원이에요'


가격이 너무나 저렴해서 놀랐지만 일단 충동구매를 막기위해 내일 전화드린다고 하였다.

그 후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아 보았지만 12만원엔 절대 살 수 없다는걸 알았다.


월요일


랭지 '아 주말에 세탁기 산다고 연락했던 사람인데 구매하려구요'


판매자 '아 그때는 바로 물건이 있었는데 지금은 또 없어가지고 구하려면 

시간도 더 들고 또 구한다고해서 바로 나갈 수 있는게 아니에요. 그럼 돈도 더 들구요.'


랭지 '얼만데요 그럼?'


판매자 '13만원인데요. 이게 또 물건이 바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서

 시간은 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제가 경동시장쪽에서 있는데 이게 선생님

 계신곳까지 가려면 @%$@%, 일단 주소 보내주시면 연락 드릴게요.'


그래서 주소와 함께 12만원에 부탁드린다고 문자를 보냈다. 


화요일


24시간을 기다렸으나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아 먼저 전화를 걸었다.


랭지 '세탁기 혹시 구하셨나요?'


판매자 '아 네 구했는데요. 이게 저희가 중고물건을 받다가 파는거라서

 준비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것 같습니다. 세탁이 잘되는지 검수도 해야하구요.

 지금 두 대가 있는데 조금더 상태 좋은거 보내드릴려고 좀있다가 검수를 할 예정이에요.

 그때 사진 찍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세탁기는 내일 오전 중에 배달할거구요.

 출발 할 때 연락 드리겠습니다.'


랭지 '아 네 알겠습니다. 연락 주세요~'


그렇게 밤 12시가 지나도 연락 한 통 오지 않았다.


수요일 낮 1시


사진도 출발한다는 연락도 오지 않았다.


랭지 '저 언제 출발하시나요?'


판매자 '아 선생님. 제가 이런말 하긴 좀 부끄러운데 나이가 50대인데 운전면허가 없어요.

 그래가지고 차량을 빌려서 가야하는데 그럼 제가 갑이아니고 을이라서 차량 시간

 되는 때에 가야해요. 그리고 같이 설치하러 가시는 분이 나이가 70대 이신데요 

이분도 다른일을 하시다가 오시는거라 다같이 시간이 맞아야 출발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시간이 어려워서요. 오늘 잘하면 4시에 출발가능한데 늦어지면 6시에 갈 수 있을것 같아요.


랭지 '아 그럼 오늘은 오시는 거죠? 일단 알겠습니다.'


역시 밤 12시가 지나도 연락 한 통 오지 않았다.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다. 또 그 다음날부터는 모처럼 태풍이 찾아온다고한 날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목요일 오전


랭지 '저기 언제 출발하시나요? 어제도 연락 없으셨는데'


판매자 '아 선생님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차량이 사정이 생겨서요

 출발을 못했습니다. 제가 차가 없어서 지금도 바로가긴 어렵구요

 아마 2시쯤 갈 것 같은데 이때도 차량이 와야 출발하는 거라서 확실하게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늦어도 4시까진 갈 것 같습니다. 출발할 때 연락드리겠습니다.


오후 3시


적어도 사람이라면 이땐 연락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연락이 오지 않아서 내가 했다.


랭지 '출발 하시나요?'


판매자 '아 사장님 다름이 아니고 차량이 아직도 바빠가지고 출발을 못했습니다. 

선생님 근데 오늘 필요하시면 늦게라도 도착이 가능한데요. 근데 오늘 출발하면 

세탁기 가지러가는 곳에 들려가지고 좀 늦는데요. 기능상으론 문제가 없는데

 외관이 좀 더러운 세탁기라서요. 내일 출발하면 외관 깨끗하게 해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아무래도 깨끗한게 좋다고 생각해서 내일 오라고 했지만 그전에 준비한 세탁기들은 다 갖다 팔아버린 모양이다.


랭지 '네. 그럼 내일 부탁드리겠습니다. 근데 내일이면 태풍 때문에

 힘드실텐데 괜찮으세요? 그래서 오늘 꼭 오시기 바랬는데?'


판매자 '아 내일인가요? 오늘이 심한줄 알았는데?'


대충 이상한 사람이겠거니 하고 그냥 다음날을 기다렸다. 역시 오전중에 배달을 온다고 했으니.


금요일 오전


그러나 역시나 연락도 오지 않은 그사람.


랭지 '출발 하시나요?'


판매자 '아 제가 말씀드렸지만 차량이 없어서요. 

그리고 지금 당장 갈 수가 없습니다. 비가 너무많이와서 차량이 이동이 힘든가봐요. '


왠만하면 이런일로 화가 나는 건 아닌데 진짜 슬슬 빡치기 시작했다.


랭지 '아니 어젠 무슨일 있어도 오신다 하셨잖아요. 그럼 어제 차량을 제대로 준비시키시고 일을 하셨어야죠.'


판매자 '아니 그게 차량이 날씨때문에 어쩔수가 없어요. 제가 차가 있는 것도아니고

 지금도 주차관리 일을 하고 있어가지고 갈 수도 없습니다.'


랭지 '주차 관리일은 사장님 사정이구요. 제가 그래서 어제 태풍때매 괜찮냐고 하셨는데 

괜찮다고 하셨으면 책임을 지고 보내셔야하는거 아니에요?'


판매자 '제가 주차관리일 말씀 드렸는데? 그리고 지금 여기 비가 엄청나게 오고 

바람도 엄청 불어서 출발을 할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


그러나 우리동네는 그 판매자가 있는 경동시장보다 더 밑이었는데 바람은 커녕 비도 오지 않았다.


랭지 '여긴 비도 안오는데요?'


판매자 '제가 날씨가지고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비 쫄딱맞고 하루종일 라면한개 먹고 일하고 있습니다.'


랭지 '날씨는 그렇고, 그럼 준비된 세탁기라도 보여주세요. 검수는 하셨나요? 

맨날 검수하느라 늦게 출발한다고 하시더니 사진도 안보내주셔가지고 사진은 좀 봐야겠습니다.'


판매자 '아니 검수는 아직 하는 중인데요.'


랭지 '그럼 아직도 검수 안했으면서 그동안 검수했다고 거짓말 하신건가요?'


판매자 '아뇨 그건아닌데 검수를 여러번 해야하다보니까 그런거구요. 

목소리 들어보니까 저보다 어리신거 같은데 나이가지고 뭐라하시는게 아니라

 저도 어릴땐 선생님처럼 막 다 그런줄 알았는데요. 나이 먹으니까 그게아니에요. 

뜻대로 되는게 없습니다.'


랭지 '아니 그럼 맨날 배달 늦으시면 저한테 연락해서 사정 설명을 해주시던가 해야지

 제가 몇일동안이나 먼저 연락해서 상황 물어보고 해야하는건가요? 

세탁기 언제올지 몰라서 다른일도 제대로 못해야하는거냐구요?'


판매자 '제가 몸이 여러개도 아니고 대통령처럼 비서실장이 500명이 있는 것도 아니라 까먹었습니다.

 대통령도 까먹는 시대에요.'


랭지 '아 그럼 제가 잘못한 거라는 소린가요? 아 됐고 그럼 언제까지 배달 되는건데요. 

어제는 출발할것 처럼 주소도 다 적으시더니'


판매자 '제가 전에도 말했다싶히 운전면허가 없어요. 그래서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일하는데요

 키도 제가 160도 안됍니다 선생님. 그리고 어제 그분은 나이가 70대이신대 

저 도와주시는 분인데 @^#%^%&$&$, 내일 연락드리겠습니다.'


일단 진정하자는 마음에서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진정은 커녕 생각할 수록 어이가 없었고 이사람한테 샀다가 세탁기 문제생겨서

 as받으려다간 탈모라도 걸리겠다 싶어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랭지 '아 저기 그냥 안살게요 그쪽한테'


판매자 '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네라고 하고 끊더라.

살면서 본 사람중 제일 이상한 사람 중 1명이었다.

정말 세탁기를 판매하는 사람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제가 결혼을 못했습니다.' 라는 말도 했는데 그런게 중고 세탁기랑 무슨 관련이 있었던 걸까.

결국 세탁기 사기는 순조롭지 못했다.

과연 세탁기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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