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첫 날, 금요일
용달에서 모든 짐을 다 내리고 방안에 허겁지겁 쑤셔 넣은 뒤
근처 홈플러스로 향했다.
바로 청소용품을 사기 위해..
방 구석구석 숨어있는 곰팡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곰팡이 제거제와 청소포 등을 구매하였다.
무려 3통짜리.
이사를 잠시 도와준 친구와 밥을 먹고, 친구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청소까지 같이 하는건 좀 아닌 것 같아서.
결국 시작된 곰팡이 제거 프로젝트.
일단 방 벽지에 핀 곰팡이들을 위주로 작업을 시작했다.
곰팡이가 엄청 심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내 건강을 위협하는 것만 같아서 참을 수 없었다.
문득 처음 방을 보러 왔을 때 전 세입자가 스던 공기 청정기가 생각났다.
공기청정기가 쉴틈이 없었겠구나.. 나도 사야하나..
먼저 사온 엘지생활건강의 곰팡이제거제를 벽지로 난사하였다.
아낌없이 곰팡이처럼 보이는 모든 벽지에 다 뿌려버렸다.
먼저 벽을 마른 헝겊으로 닦으라는 글을 본 기억이 났지만 이미 뿌린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창문이 마주보고있는 반지하 원룸이라 환기는 잘되는 편이었다.
곰팡이 제거에 필수는 환기. 약 냄새에 질식하기 싫으면 꼭 창문을 열어 놓고 작업을 해야한다.
한 3번 정도는 반복하면 대부분 없어질것 같아서 주말동안 계속 뿌리고 말리고를 반복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무심코 벽 부분의 장판을 들어 보았는데
더 많은 곰팡이들이 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심한건 아니지만 안보고 지나갔다면 다시 금방 생겨났겠지.
그렇게 다시금 장판에 가려져 있던 벽지들에게 약을 분사하고 나니 어느 덧 자정이 다가왔다.
사온 곰팡이제거제는 벌써 2통이나 써버렸는데 아직 곰팡이는 사라질 생각이 없어서.
서둘러 쿠팡에서 쌔보이는 곰팡이제거제와 방지제를 구매하였다.
로켓배송은 12시가 되기 전에 구매해면 다음날 받을 수 있으니까 청소기도 주문했다.ㅎ
짐을 풀어야 하긴 하는데 괜히 곰팡이 포자들이 내 옷과 짐 사이사이에 들어갈까봐 청소가 끝날때까진 풀지 않기로 했다.
상당히 사람 사는 곳 같지 않은 방
토요일
문을 닫지 못해서 꽤나 춥게 잤다.
반지하에 사는 건 사실 두번째지만 그전엔 반지하 고시원이었는데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문득 떠올랐다.
햇빛이 들지 않기 때문에 잠은 오래 잘 수 있다는 것을.
일어나자 마자 벽지를 확인하였다.
약품을 뿌려놓으면 마르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완전히 다 마르기 전까진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아직 마르기 전상태에서 헝겊으로 닦아낸다면 벽지가 찢어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한다.
그래도 맨손으로 만지는건 뭔가 꺼림직해서 새로온 곰팡이 제거제를 다시 뿌렸다.
이번엔 중소기업 제품이다. 엘지제품보다 약품냄새도 더욱 강하고 약도 독한 것 같았다.
그래도 잘 안없어지는 곰팡이들..
진짜 벽지 다 뜯어버리고 싶다.
그래도 뿌린 약이 아까워서 참았다.
인터넷도 설치가 안되어 있어서 방에서 할 일은 곰팡이 제거제 냄새맡기뿐.
토요일 하루는 약 뿌리고 나와있다가 들어가서 다시 뿌리고 나오기를 반복하는 것 뿐이었다.
일요일
토요일과 다른 점이 있다면 확실히 적어진 곰팡이들과 하얘진 벽지들.
그래도 남아있는 녀석들을 위해 더 강한 약품을 샀다는 것이다.
중소 기업의 기술력은 정말 최고.
뿌리고 조금만 있어도 사라지고 있다.
물론 마스크를 안끼면 내 후각마저 사라질 것 같지만 눈에 보이는 효과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진을 많이 찍어뒀어야 했는데
주말 내내 고무장갑만 끼고 있어서 폰을 거의 쓰지 않았다.
ㅠㅠ
물론 찍어놨어두 혐짤이겠지만.
그렇게 '약뿌리기 - 건조 - 표면 닦기'의 반복을 거쳐 주말을 보냈다.
벽지뿐만 아니라 화장실, 신발장, 주방도 전부 청소했다.
물론 과정은 전부 동일.
전 세입자는 어떻게 살았던 걸까. 내가 깔끔한 건가.. 전 세입자가 신경을 안쓰고 산걸까.
주말을 투자해서 그나마 사람 사는 공간으로 겨우 만들어 놨다.
이제 부터 슬슬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써야겠다.
다음 주말은 이케아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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