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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동 카페]작지만 섬세함이 느껴지는 카페 '비미남경'

고든랭지 2018. 4. 4. 19:07

미아동에서 타지 생활은 한지 어느덧 2년차. 역 주변의 이름있는 카페들을 보면 늘 북적이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주변의 수유와 미아사거리에 비하면 조용한듯 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조용하지도 않은 미아역엔 제법 많은 카페들이 있지만 마음이 가는 카페는 딱히 없었다. 집 앞의 도로가에는 철물점과 크고 작은 술집, 음식점, 공업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기에 그나마 편의점을 가기 위해서만 걷는 길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생긴 카페가 나의 눈에 들어 왔다. 작은 크기였지만 크게 뚫린 창과 원목으로 된 문, 주변 가게들과 어울리지 않는 흰색의 벽과 오렌지 빛의 조명으로 이루어진 가게의 파사드는 미아동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었기에 나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가게 앞 인도가 그리 넓지 않지만, 가게 분위기와 색감에 맞는 매트를 깔아두어 신경을 쓴 모습은 이 주변에선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입식 간판엔 '비미남경'이라는 가게 상호와 함께 간단한 소개가 적혀있는데 적당한 크기라 지나가면서 쉽게 눈에 들어오고 더욱 관심을 끌게 만드는 것 같다. 창과 문 손잡이 색과 일치시켜서 익스테리어에도 신경을 쓴 모습이 보기 좋았다.

가게는 그리 크지 않다. 4인 테이블 2개와 2인 테이블이 3개, 총 다섯 테이블이 가게 안을 차지하고 있는데 비좁은 자리를 힘겹게 채우고 있는 느낌보단 각자 적당한 크기로 옆테이블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간격을 유지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흰색의 벽, 폴리싱 마감의 바닥에 어두운 톤의 의자를 배치하여 무게감을 더해주었고, 밝은 색의 북유럽풍 테이블을 배치하여 칙칙한 느낌은 사라지게 하였다. 또한 천장 몰딩을 하지 않아 천장이 더욱 높으면서 넓어보이게 하고, 조명과 의자, 창문 프레임 등 금속 재질에 검정색을 사용하여 인더스트리얼의 느낌도 살린 것 같았다. 또한 입구 부분의 들쑥날쑥한 벽면과 고르지 않은 천정면도 그 느낌을 더욱 살려주는 요소 중 하나이다.

내부가 크지 않은 탓에 어디에 앉아도 비슷할 것 같지만 각 자리 마다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여러번 방문하여 서로 다른 자리에 앉아 보았지만 테이블의 위치와 의자의 방향이 각각 다르기 때문인것 같다. 창문가의 두 테이블은 혼자와서 앉아있을때 그 매력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았다. 책이나 노트북을 들고와 각자의 일에 집중해도 괜찮은 자리지만 가끔 창밖을 바라보며 특별하지 않은 길거리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좋은 위치인 것 같다. 마치 주인분도 그것을 의도한것인지 의자의 방향이 창문을 사선으로 바라보도록 배치되어 있다. 나머지 자리는 서로 대화를 하기에 충분히 좋은 자리인 것 같다. 늘 갈때마다 여러사람들이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카페 작업대 옆에 위치한 테이블 역시 대화를 하기에 좋은 자리지만 작업대와 가까워 커피를 만드는 소리를 듣고 직접 볼 수도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 위치이다. 또한 작업대 앞엔 작은 바처럼 앉을 수 있는데, 커피 수업을 진행하는 분들이 가끔 앉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수업을 간접적으로 들을 수도 있어서 일반적인 큰 카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작은 카페들의 특징은 화장실이 내부에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이 카페 역시 화장실은 밖에 있지만 카페 한켠에 손을 씻을 수 있도록 작은 세면대가 위치하고 있다. 세면대 옆엔 장식장을 두어 약간의 시선을 차단해주는 역할을 하게 하고, 세면대 밑엔 화분을 두어 배수로를 가려주어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생각한 배려심 깊은 배치와 인테리어라 생각이 들었다. 

공간에서 느껴지는 세세한 배려는 이 카페를 더욱 호감이 가게하고 자주 오고 싶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지만 커피의 맛 또한 괜찮은 편이다. 커피의 맛을 잘 느끼는 것도 아니고 평가할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맛있는 커피를 맛 볼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종류의 원두가 있어 다양한 종류의 드립 커피를  맛 볼 수 있다. 드립커피의 가격은 5,500원, 일반적인 아메리카노나 라떼의 가격은 2500~3500 사이라 그리 비싸지 않고 맛도 괜찮은 편이다. 

작고 소소한 분위기의 카페를 좋아하고,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 싶은 날에 한번쯤 방문하면 좋을 카페이다. 분명 한번오게 된다면 더 자주 오게 될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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