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Real Life/Visit

[대전/법동] 따뜻함이 느껴지는 카페 허밍 바이런베이

고든랭지 2018. 5. 11. 17:26

모처럼 대전에 와 산책이 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노래도 들으면서 밤공기도 마실 겸, 이어폰을 꽂고 밖으로 고고. 해는 이미 떨어져서 제법 추웠지만, 비 온 뒤 공기는 정말 신선하기에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돌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근데 바람이 안 멈춰서 얼어 죽을뻔했지만.

송촌동을 크게 돌다가 선비 마을과 계족산 사이의 길이 생각이 나서 그 길로 발걸음을 향했다. 추워도 산 쪽에서 부는 바람은 상쾌해서 버틸 만 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초등학생 때 다니던 길이 생각이나 그 길을 통해 집에 향했다. 그 길목엔 길지는 않지만 크고 작은 가게들이 있다. 법동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런 풍경과 가게들. 고깃집과 횟집, 칼국숫집, 작은 미용실과 같이 눈에 익은 가게들이 있었지만, 처음 보는 카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카페 허밍, 이 길목에서 볼 거라곤 상상도 못 한 그런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크게 뚫린 창문에서 나오는 오렌지 빛깔의 조명을 보고 내일 꼭 와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고, 바로 다음날 노트북을 챙겨 들고 바로 카페로 향했다.

밤엔 잘 몰랐지만, 날이 밝을 때 보니 주변 경관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다. 두 교회 사이에 위치 하는 걸 보니 축복받은 위치인 건가. 하여튼 오히려 주변과 안 어울리는 탓에 더 눈길이 가게 된다.



창가에 자전거를 두어 감성넘치는 뷰를 만들어 놓으셨다. 밖도 깔끔하니 예쁘지만 안이 더 예쁠 것같은 기대감.

일단 카페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카운터에 가면서 이곳 저곳 구경하다보니 사장님께서 뭔가 흐뭇하게 웃으며 메뉴판은 이곳에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살짝 민망했었다.



이런 개인 카페에 오면 늘 이런 휴지를 신경 써서 보게 되는데, 아주 특이한 디자인의 휴지였다. 카페 사장님의 가족을 그려 넣은 디자인. 일단 커피를 마시기 전에 카페 안을 천천히 구경하였다.

먼저 카운터에 뭔가 그림이 붙어있어서 자세히 보았는데 카페를 간략하게 소개해주는 내용이 있었다. 이 카페를 직접 셀프 인테리어하였다니, 나름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 그런지 부러움이 앞섰다.



창문 밖을 내다보는 쪽의 테이블이 맘에 들었다. 바깥의 풍경이 탁 트여있진 않지만 제법 차도 많이 안 다니는 길이기도 해서 한적하게 밖을 바라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셀프 인테리어를 한 공간이라고 하니 저 그림이 더 의미있게 보인다. 이 카페의 상징.

카페가 생각보다 넓은 편이다. 근데 탁 트여있지는 않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 구성을 한 느낌이 든다. 저 문 너머엔 어떤 공간이 있을까. 

혼자 앉아서 무엇인가에 몰입할 수 있는 자리도 있고


그옆엔 아이들과 함께 온 손님이나, 단체 손님들을 위한 자리도 마련되어 있었다.

가게 주인분들이 어린 자녀를 두고 있어서 그런지 이런 아이를 가진 손님을 배려한 공간이 눈에 종종 들어왔다. 편하게 기저귀를 갈라고 마련된 카페 구석의 공간.

자리 간의 간격도 넓고 좌석도 많아서 조용하게 이야기하기에도 괜찮은 카페란 생각이 들었다. 괜히 테이블의 높이가 안 맞는 게 신경 쓰이긴 하지만. 

내가 잡은 자리 뒤쪽으론 작은 방이 하나 있었다.

입구 바로 옆쪽이었는데 들어올 땐 미처 보지 못한 플랜카드가 있었다. 매주 독서모임도 있는 모양이다. 특강은 가끔 있는 걸까. 

커튼 안의 공간은 한 5명은 앉을 수 있는 공간. 밖을 보면서 같이 스터디를 하거나 이야기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늘 카페를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고 집에 돌아가서 앨범을 다시 보면, 막상 내가 앉은 자리는 안 찍어서 늘 아쉬웠었다. 그래서 다시 앉기 전에 찍었다. 사진 찍었을 땐 몰랐는데 뒤쪽 벽이 살짝 뚫려있었다. 완전히 막혀 있었다면 답답했을 텐데 사장님께서 셀프 인테리어하면서 하나하나 신경 쓴 모습을 상상했다. 그래서인지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이런 공간을 찾을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만나는 이런 공간 때문에 걷는 일이 점차 많아지는 것 같다. 동네 구석구석 걷다 보면 언제 또 이런 곳을 만날지 모르니. 다음에 또 대전 집에 간다면 다시 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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