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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지의 반지하 원룸 자취기#2 원하는 방 찾기 프로젝트 2

고든랭지 2018. 9. 2. 16:21


가족 휴가를 무사히 다녀오고 다시 방을 구하러 서울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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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에 다시 오면 내가 원하는 조건의 방을 찾아준다는 그 분에게 다시 연락을 하여 방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저번에 보여준 방을 또 보여주기 시작하더니.. 내가 원하는 조건은 단 1도 신경안쓴 방들만 보여주기 시작했다.

전에 살던 방이 관리비가 4만원에 전기, 가스 별도라 제법 저렴한 편이었다. 집에서 많이 쓰는 편도 아니었기에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찾아봐달라고 했는데.. 보여주는 방은 모두 관리비 10만원이상. 자꾸 이상한 방들만 보여주길래 한마디 안할 수 없었다.

랭지 '근데 전에 제가 원하는 조건 말씀해드렸는데, 그거에 맞는 방은 없는 거에요?'

부동산 '아 네 그게 이 원룸이 제일 싸요. 관리비 7만원에 어쩌구저쩌구'

랭지 '아니 찾아주신다면서요 방은 나쁘지 않은데 관리비나 이런거 좀 비싸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때 조건 맞춰서 찾아주신다는 말에 다시 온거지 그거아니면 이동네말고 다른 곳 알아볼거에요.'

부동산 ' 아 그럼 제가 집주인분께 한번 관리비 깍아드릴 수 있다고 여쭤볼까요?'

통화 중

부동산 '아 관리비 6만원까지 깍아주실 수 있다고 하시네요 ㅎㅎ'

랭지 '그래도 좀 비싼거 같아요.'

부동산 '그럼 제가 복비를 12만원 덜 받을게요 그럼 1년치 관리비 할인 받는 거니까요 어떠신가요?'

사실 좀 끌리긴 했지만 1년만 사는 것도 아니고 기본 2년 + 알파라 생각했다. 내가 까다로운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비싸다고 생각했다.

랭지 '다른 동네 알아보고 올게요. 일단'

그 이후 부동산 아저씨와는 말이 없었다. 잠시 동안의 어색함을 뒤로한 채 네이버 부동산에서 본 반지하 원룸을 보러 출발하였다. 

사진으론 꽤 넓어 보여서 실제로도 궁금했다. 반지하는 해가 안들어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일단 한번 보자는 맘으로 그 집으로 향했다.

반지하 원룸이 있는 동네는 일단 상당히 쾌적했다. 공원도 여러개나 있었고, 미아동에는 쉽게 볼 수 있었던 유흥 업소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부동산 아저씨와 함께 방을 보러 갔다. 반지하는 대체로 여자분들이 안사는데 그 방은 여자 세입자분이 살던 곳이었다. 방 크기도 지금 살던 방에 거의 두배 수준에 화장실도 두배 크기. 일단 방 크기는 합격이었고 방음도 합격이었다. 장구소리가 나지 않고 사방이 두꺼운 콘크리트 벽이었다. 그리고 방문도 크고 작게 3개나 있었고 서로 마주보고 있어서 환기도 아주 잘되는 반지하였다. 비록 햇빛이 안들어 오긴 했지만, 환기가 잘 되는 방이라 무척 흡족했다. 그리고 벽지에 구석에 곰팡이가 조금 있긴 했지만 엄청 심한 편은 아니라 매우 흡족했다. 

이 방을 놓치기 싫어서 선계약금을 주고 2주 정도 뒤에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하였다.

방이 넓은 대신 무옵션이라 냉장고 세탁기 등 각종 가전제품은 내가 사야했지만 그래야지 내가 원하는 방을 꾸밀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일을 저질러 버렸다.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구는 침대와 행거 밖에 없었고, 가전제품은 작은 밥통, 커피포트, 토스트기가 전부였지만 일을 저질러 놓으면 어떻게든 해결하겠지란 마인드로 망설임 없이 방을 계약했다.

이제 중요한건 지금 사는 방의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차질없이 받아내는 것이었다.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보면 보증금을 제때 받지 못한 썰들은 너무나 흔하고 쉽게 읽을 수 있었고, 내 친구도 보증금을 다 받는데 2달이나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걱정됐지만, 운이 좋게도 이사날을 정하면 일주일 전까진 보증금을 전부 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계약 종료일 보다 일주일 빠르게 이사날을 잡았다. 그렇게 순조롭게 모든게 풀려가는 것만 같았다. 이사 전날 그 방을 보기 전까진.